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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분석

아파트 청약 전 알아야 할 상식 - 중도금 대출과 보증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은 선분양제라는 특이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분양제란, 단어가 가진 의미 그대로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먼저 분양을 하는 제도입니다. 과거 1970년대 대량의 주택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주택공급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이 됐죠. 선분양제가 실시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에는 건설사(시행사, 시공사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의 건설자금 확보 목적이 가장 컸을겁니다. 돈이 있어야 주택을 지을 수 있으니까요. 


중도금 대출이니, 보증이니 하는 것들도 선분양제로 인해서 생겨나게 된 것들입니다.


건설사가 주택 건설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확보한 뒤 공사를 시작할 수 없으니(물론 가능한 건설사도 있을 겁니다), 필연적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서 비용을 충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건설사 단독의 신용 대출만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건설사와 은행 모두 부담이 됩니다. 특히 아파트같이 규모가 큰 경우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그 부담을 다수의 소비자(시행사와 청약 계약을 맺는 '수분양자'를 의미 )들에게 분산 시킵니다.



| 우리가 중도금 대출을 받는 이유


건설사가 필요로 하는 공사비의 대출을 받는데, 건설사가 직접 대출을 받지 않고, 왜 소비자인 우리가 은행과 중도금 대출 계약을 하는 걸까요? 이상하게 생각한 적 없으신가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건설사와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충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독으로 은행에 돈을 빌리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부담입니다. 만에 하나, 만들어 놓은 주택이 잘 안 팔린다면? 그래서 나중에 원금 상환과 대출이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은행이 그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가 없거든요. 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는 소비자를 끌어들입니다.


건설사 : "계약금 10%만 내면, 당신도 내집마련 할 수 있어~"

소비자 : (어디보자.. 분양가가 3억이니까 3천만원만 있으면 계약할 수 있는거네?)

건설사 : "여기 분양받고 나면, 나중에 시세차익 대박날 걸? 근데 이거 계약할 거면, 중간에 발생하는 공사비 일부를 네가 부담해야 해~

소비자 : (아 땡긴다) "근데 중도금 낼 돈이 없는 걸.."

건설사 : "돈이 없다고? 걱정하지마~!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해줄게~"

소비자 : "그럼 콜! 계약하자!" (이거 나중에 더 비싸게 팔리겠지? 흐흐흐)


이렇게 건설사와 소비자는 공급계약을 맺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건설사가 필요로 하는 공사비 중 선금 10%는 계약 체결 즉시 소비자가 내줍니다. 중도금 60%는 소비자의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아서 주겠다고 합니다. 나머지 잔금 30%도 입주하는 날 지불한다고 합니다. 이제 건설사는 돈 걱정을 덜었습니다. 약속한 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해서 수익을 챙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안심입니다. 건설사의 신용만 보고 모든 비용을 빌려주었다가, 건설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을 소비자와 은행 사이의 계약으로 체결한다면, 건설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약의 당사자인 소비자들에게 중도금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관리해야 할 내용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리스크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남습니다. 주택이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요.


만에 하나 건설사가 중간에 부도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요? 건설사와 계약한 소비자는 분양계약 무효를 외칠 것이고, 지금까지 건설사에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부도가 난 건설사가 그 돈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요? 결국 건설사는 손을 들어버리고(파산), 본격적으로 은행과 소비자 사이에 중도금 대출 계약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시점이 되면 은행은 빌려준 돈의 회수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겁니다. 자기들이 손해를 보면 안 되니까요. 자금에 여유가 있는 소비자라면 어떻게든 회수가 될 테지만, 문제는 계약금이 전 재산이었던 또는 계약금도 빌려서 주택을 구매했던 소비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전 재산인 계약금을 건설사에 줬습니다. 건설사가 망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 합니다. 은행은 중도금 대출을 회수하려 드는데, 갚을 돈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를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하고, 법원에 재산목록 제출명령을  신청하고, 재산 가압류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재산을 압류하고 모든 재산을 청산해도 빌려준 돈에 못 미친다면? 그럼 은행이 손해를 입게 되겠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은 건설사에게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대신 한 가지 안전장치를 요구합니다. 그것이 바로 '보증(보험)'입니다.


| 보증에 대해서


잘 아시다시피 보증이란, 나와의 계약관계에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대신 배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택 건설의 보증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사가 보증 기관에 보증을 신청하게 되고, 보증을 받는 대상은 소비자들 개인이 됩니다. 건설사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상황이 되어서 계약자인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보증 기관에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러한 보증을 해주는 기관이 두 곳이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입니다. 이 기관들도 본인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보증을 해주는데 공짜로 해주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중도금 대출 자서를 할 때, 건설사 또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형태로 수십~수백만원의 보증료를 납부하는 겁니다. 이 때, 1억 짜리 아파트의 보증과 10억짜리 아파트 보증의 위험부담은 차이가 있겠지요? 그래서 비싼 주택일수록 보증료도 비싸게 받습니다.


다행인것은, 이 보증의 범위에 중도금 뿐만 아니라 계약금도 포함이 된다는 점입니다. 건설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은 자신들이 대출해 준 중도금만 보전하면 되지만, 소비자는 중도금 외에도 소중한 계약금이 같이 들어가 있잖아요? 이 계약금도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아쉬운 점은 발코니 확장비는 보증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발코니 확장’ 은 분양가격에 포함되지아니하는 추가선택품목으로 규정'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발코니 확장을 안하는 경우가 없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만약 사고가 터지면, 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장 먼저 보증의 대상인 소비자들은 보증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분양이행 또는 환급이행 두 가지의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 분양이행 : 제3의 건설사와 재계약 또는 보증사가 직접 주관하여 설계서대로 시공 후 분양 완료

- 환급이행 :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 환급 


이 때, 보증 대상인 소비자의 2/3 이상이 환급이행을 선택하면 환급이행 절차가, 그게 아니라면 보증기관이 판단하여 이행 방식을 결정합니다. 이러한 상황까지 갈 경우 상당히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어찌되었던 소비자는 보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아무일 없이 입주까지 마무리되는 것이겠지요.

최근 중도금 대출과 보증에 대한 궁금증이 많으신 것 같아서 조금 긴 내용으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굳이 알 필요없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청약에 관심이 있다면, 청약을 했다면,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가' 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작은 돈도 아니고, 억 단위의 돈이 움직이는 큰 일이니까요.